어제 일기에서는 ‘슬픔’이란 감정이 언제나 부정적인 감정은 아님을 이야기했는데요, 오늘은 웃음을 유발하는 ‘유머’가 언제나 긍정적인 것은 아님을 ‘근거를 가지고’ 설명할까 합니다.
리더십과 관련된 책을 읽어보면 ‘유머스러운 리더’를 긍정적인 리더의 모습으로 들고 있습니다. 직원들과 회의를 하기 전이나 중간에 적절하게 유머를 구사하여 좌중의 웃음을 이끌어내면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드는 효과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줄여주고 사기를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들 말하죠. 직원들도 유머 감각이 꽝인 리더보다 유머스러운 리더로부터 ‘일의 동기’를 더 크게 느낀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혹시 여러분이 함께 일했거나 지금 함께 일하는 리더가 어디에서 리더십 교육 한번 받고 와서는 갑자기 농담이 늘었다는 걸 느낀 적이 있는지요? 평소 과묵하던 그가 MZ세대가 구사할 법한 말을 섞어가면서 말이죠. 그럴 때면 아마도 직원들은 그 리더가 구사하는 농담이 우습든 그렇지 않든 겉으로는 ‘하하하~’ 웃어야 할 겁니다. 농담을 던졌는데 오히려 찬물을 끼얹은 듯 분위기가 싸~해지면 서로가 불편하니까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한 웃음으로 썰렁함을 깨뜨리려 하겠죠. 이것이 바로 리더가 유머를 구사할 때 직원들에게 가해지는 ‘웃어야 한다는 부담감’입니다.
이것을 실험한 연구자들이 있습니다. 연구자는 기업에서 실제로 일하는 88쌍의 ‘리더-직원’을 대상으로 유머의 부정적인 측면을 파악하고자 했는데요, 리더가 유머를 많이 할수록 ‘거짓 웃음’을 짓는 경우가 증가하고 감정적 피로도가 높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심지어 직무만족도도 저하되는 모습까지 나타났죠. 여기까지는 여러분이 어느 정도 예상한 바일 겁니다. 원래 유머가 부족한 리더가 억지로 유머를 구사하려고 노력하면 그 썰렁함 때문에 직원들이 피곤해지는 게 당연하니까요.
그런데 말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리더의 유머가 ‘진짜로 재미있는 경우’라 해도 직원들의 감정적 피로도가 높아진다는 점이었어요. 연타로 터져나오는 농담이 배꼽이 빠지도록 우습더라도 그때마다 웃어줘야 한다는 압박이 자신도 모르게 가해지기 때문입니다. 리더에게 ‘진짜로 재밌어요!’임을 강조하여 연기를 해야 하니까 감정 에너지가 소모될 수밖에 없고 그렇기에 유머 감각이 높은 리더와 함께 일하는 직원이라 해도 직무만족도가 저하되겠죠. 유머가 독일 수 있습니다.
유머가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 리더 본인의 유머 감각이 뛰어나든 그렇지 않든 간에 직원들을 향해 자주 농담을 구사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유머스러운 리더가 되지 마세요. 본인이 평소에 남을 잘 웃기든 그렇지 않든, 직원들을 웃기려 하지 마세요. 리더는 리더로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게 먼저입니다. 직원들은 개그맨 같은 리더를 원치 않습니다. (끝)
*참고논문
Hu, X., Parke, M. R., Peterson, R. S., & Simon, G. M. (2024). Faking it with the boss’s jokes? Leader humor quantity, follower surface acting, and power distance.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67(5), 1175-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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