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은 주6일 근무하라'는 기사를 보며   

2024. 4. 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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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예전에 만난 모 기업은 소비자의 트렌드 변화 때문에 판매 부진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그곳에 있는 어떤 관리자와 이야기를 하던 중에 그들이 돌파구 삼아 채택한 전략이 무엇인지 알게 됐죠. 저는 그걸 들으면서 과연 전략이라고 칭할 만한 것인지 귀를 의심했답니다.

효과가 있냐 없냐는 차치하고서라도 고객 니즈에 맞춘 새로운 제품 컨셉트를 제안한다든지, 사업 포트폴리오를 혁신적으로 개편하겠다든지 등의 전략이 나올 거라고 기대했지만, 그런 기대는 부질없는 것이었습니다. "전 직원은 앞으로 1시간 일찍 출근하고 1시간 늦게 퇴근한다!"가 그들이 야심차게 내놓은 전략이었거든요.

알고보니 이 회사는 이 전략을 그동안 여러 번 구사했더군요. 그리고 그런 전략이 약간의 매출 증가를 가져오긴 했습니다. 하루에 2시간 더 일하는데 당연히 매출은 늘어나겠죠. 그러나 근본적인 변화는 언감생심이었습니다. "직원들에게 위기감을 심어주면 돌파하지 못할 리스크가 없다!"라는 결연한 선언 앞에 혁신은 설 자리가 없었고 이 회사는 수년 째 적자를 이어가다가 8년 전에 국내 사업을 접었습니다.



왜 이런 말로 오늘 일기의 서두를 열었냐면, 바로 어제(4월 17일) 다음과 같은 타이틀의 기사를 접했기 때문입니다.

"삼성그룹, 전 계열사 임원에게 주 6일 근무 권고"

말이 권고지, 사실상 의무라고 볼 수 있는, 그룹 차원의 명령이라고 볼 수 있는 조치입니다. 요즘 국내, 해외 할 것 없이 가중되는 위기 상황이 정말로 심각해서 그걸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제시한 것 같은데, 저는 이 기사를 보고 '1시간 일찍 출근, 1시간 늦게 퇴근' 전략이 떠오르더군요. 

물론 물리적으로 하루 더 일하도록 하면(임원에 한정해서) 위기감을 불어넣을 수 있고 해이해지려는 마음을 다잡게 만드는 효과는 분명 있습니다. 하지만 중소 내수기업에서도 언급되지 않을 조치가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 중 하나인 삼성에서 나왔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죠. 저도 깜짝 놀랐으니까요.

임원들만 하루 더 출근해서 무엇을 '더' 할 수 있는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무실에 앉아 작금의 위기를 타개할 전략을 궁리해야 할까요? 혼자서? 아니면 다른 동료 임원들과 함께? 그리고 그 밑의 부장(혹은 팀장)들은 상사인 임원이 출근해 있는 토요일에는 무조건 전화 대기를 해야 할 겁니다. '이게 맞냐, 저게 맞냐?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냐?' 등을 물으로 수시로 전화가 올 테니까요(아니면 '심심하니까 나랑 밥이나 먹자'라고도 할 수 있겠죠).

하루 더 출근해서 사무실에 갇혀 있게 하지 말고 차라리 그 시간에 어디로든 밖으로 나가서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원하는지 등을 관찰하라고 하는 게 더 나은 방법 아닐까요? 그렇게 해야 위기 타개의 통찰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요? 해법은 고객이 있는 현장에서 찾아야 하지, 사무실 PC에서 나오지 않으니까요.

위기의 질량이 워낙 크게 느껴지고 상황 변화도 긴박해서 '불 끄러 나오라'는 마음으로 전파한 조치라고 이해는 되지만, 삼성이라는 글로벌 브랜드를 지닌 조직이라면 이보다는 좀더 스마트한 행동 방침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에 이 글을 써 봅니다. 몇 주 안 되지만 삼성전자 주주라서 드리는 말씀이기도 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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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 힘든 게 길게 보면 낫다   

2024. 4.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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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이트에 회원 가입을 해야 하는데 만약 가입 절차가 까다롭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 사이트에 가입을 할까요? 당연히 가입 절차가 쉬울 때보다 회원수 증가가 더딜 것이고 회원수 자체도 그리 많지 않겠죠.

질문을 좀 바꿔 보겠습니다. 가입 절차가 까다로운 사이트에 일단 가입을 완료했다면 사이트를 이용하는 시간은 어떨까요? 가입 절차가 쉬운 경우보다 이용 시간이 길까요, 아니면 짧을까요?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연구진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그들은 27,000명의 참가자가 새로운 카풀(carpool) 플랫폼에 가입하는 실험 조건을 마련해 놓고서 가입 절차의 까다로운 정도에 따라 사용자의 이용 시간, 참여 수준 등을 조사했습니다. 그랬더니, 가입 절차가 어려울수록 해당 플랫폼을 계속 이용하는 정도가 컸고 더 많이 더 자주 사용했습니다. 

 


이 연구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무엇일까요? 가입 절차가 까다롭다는 일종의 장애물이 '중요하고 가치있는 것을 획득했다' 혹은 '나는 이 사이트의 주인이다'와 같은 심리를 강화한다는 게 첫 번째 시사점일 겁니다. 이는 회원수보다는 회원의 충성도가 중요한 웹페이지나 앱이 관심을 가져야 할 시사점입니다.

두 번째 시사점은 무언가를 꾸준히 하려면 초기에 약간의 장애물을 존재해야 하고 그걸 통과하려는 과정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별다른 노력 없이 초기 성공을 거두면 무언가를 계속하려는 동기나 도전 의지가 그다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죠. 이 시사점은 우리가 목표를 대하고 목표를 달성해 가는 과정에서 염두에 둬야 할 점입니다. 

초기에 뛰어넘어야 할 장애물이 있어야 자신의 잠재력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완전하게 장애물을 제거하고 나서, 즉 장애물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목표를 추구하려는 것은 중도 포기의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을 기억해야겠습니다. 흔히 "초년의 성공이 삶에 독에 된다"란 말이 있는데, 괜한 소리는 아닌 것 같습니다.

덧붙이는 글: '유정식의 경영일기'에 가입하는 절차를 좀 까다롭게 할까요? 예를 들어 "유정식이 쓴 책을 적어도 1권 이상 읽은 사람만 가입할 수 있다"라고 말입니다. 이렇게 가입 절차를 어렵게 만들면, 현재보다 '이메일 오픈율'이 크게 높아지지 않을까, 이 논문을 보며 한번 생각해 봤습니다. ^^ 농담입니다. 여러분이 주위 사람들에게 가입하라고 권유 좀 해 주세요.

*참고논문
Dykstra, H., O'Flaherty, S., & Whillans, A. V. (2023). The Buy-In Effect: When Increasing Initial Effort Motivates Behavioral Follow-Through. Harvard Business Sch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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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 보면서 결정하겠다'란 말은 하지 마세요   

2024. 4. 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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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절대 상투적인 말이 아닙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직 진행 중이고,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들 사이의 무력 분쟁이 어떤 양상으로 흘러갈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북쪽에서 늘 우리를 위협하는 북한의 존재는 상수이지만, 그들이 작금의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어떤 변수를 내세울지 모릅니다. 언젠가 파국으로 치달을 기후 위기 역시 주요 위협 중 하나입니다.

이렇게 미래가 불확실하고 불투명한 상황이라면 많은 사람들이 기회를 미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제품의 출시 시기를 재빼르게 결정하기보다는 일단 출시를 미루고 상황을 보면서 출시 시기를 정하자고 결정내리기 쉽죠. 

여기서 '상황을 지켜보자'는 말은 결정을 하지 않고 기다리면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거나, 우리에게 유리한 쪽으로 상황이 전개될 수 있거나, 자연스럽게 불확실성이 해소되리라는 기대가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기대는 기대일 뿐, 기대한다고 해서 진짜로 그리 되지는 않습니다. 

실은 이렇게 급변하고 위협적인 상황에서는 결정을 빨리 하는 게 유리할 수 있습니다. '기회의 창'은 기다려주지 않으니까요. 축구에서 공을 잡은 공격수가 바로 슛을 해야 하는데 좀더 좋은 각도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 어떻게 될까요? 바로 상대편 수비수에게 막혀 버리고 맙니다. 저는 의사결정 실패의 대부분은 의사결정 내용이 나빠서라기보다 의사결정 시기를 놓치는 데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비근한 예로, 의정 갈등 문제 해결에 정부가 차일피일 결단을 미루고 있는 지금의 상황을 떠올려 보세요.)

 



이렇게 의사결정을 하지 않으면서 덧붙이는 대표적 변명은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라는 말입니다. 그럴 듯한 변명으로 들립니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유연하다'라는 말의 정의부터 올바르게 해야 합니다. 저는 유연함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한 가지 안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개의 대안을 미리 확보해 두고 특정 대안을 차별하지 않으면서 의사결정하는 것"

체조선수의 몸은 상당히 유연한데요, 그들의 유연함이란 '가능한 한 많은 형태(즉 대안)에 자신의 몸을 위치시킬 수 있다'는 뜻입니다.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라는 변명이 신빙성이 있으려면,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여러 개의 대안을 미리 마련해 두고 있어야 합니다. 어떤 조건이 형성되면 어떤 대안을 선택하겠다는 계획 역시 수립해 둬야 합니다. 그래야 의사결정의 적기를 잡을 수 있죠. 

어떻습니까? 유연함이란 그냥 앉아서 얻어지는 게 아닙니다. 체조선수들이 몸의 유연함을 높이려고 모진 훈련을 감내하는 것처럼, 유연한 의사결정을 하려면 부단한 고민과 계획과 수정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별다른 노력없이 의사결정을 미루기만 하면서 '상황을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서'라고 말해서는 절대 안 됩니다. 언어도단이니까요.

그래도 의사결정을 연기하면 여러모로 안전하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네요. 아무것도 안 하면 손실이 생기지 않는다고 여기면서 말이에요. 그러나 구성원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해 허둥대면서 발생하는 비용은 어떻게 하려고요? 그리고 의사결정 사안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음으로써 발생하는 손실은 또 어떻게 막을 생각입니까?

환경 변화가 빠르고 위험하면 의사결정도 그 속도에 맞춰 빠르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좀더 상황을 지켜보고...'란 변명은 통하지 않습니다. 그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것과 같은 뜻이니까요. 그리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조직(국가를 포함한 모든 조직)에는 미래가 없는 법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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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에서 발견한 권위주의의 포악성   

2024. 4. 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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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넷플릭스에서 <삼체>라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물리학에서 난제로 일컬어지는 '3 Body Problem'을 소재로 한 SF인데요, 여러분의 이해를 위해서 '삼체 문제'가 무엇인지 간략하게만 설명하겠습니다.

삼체 문제란 질량을 가진 세 물체의 인력에 따라 각 물체의 운동 주기와 거리가 어떻게 될지를 계산하는 것입니다. 알다시피 태양계에는 오직 한 개의 별(태양)이 있고 그 별 주위로 8개의 행성이 공전을 합니다. 태양계에서 태양이 차지하는 질량이 매우 크기에(99.86%) 태양과 각 행성과의 관계는 '이체 문제'라고 불리고 천재 수학자이자 물리학자 아이작 뉴턴이 정리한 깔끔한 수학식으로 풀 수 있죠.

하지만 만약에 태양계 내에 태양과 같은 별이 하나 더 존재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그렇게 되면 우리 지구의 공전 주기를 계산하기 어려운 상태로 빠집니다. 태양 1과 태양 2에 사이에 놓인 지구의 공전 주기가 어느 때는 1년보다 짧았다가 또 어느 때는 더 길어질 수 있죠. 또한 지구가 태양을 타원으로 돌던 궤도 또한 엉망이 되어 버립니다. 각 태양과 아주 가까워져서 지구 상의 모든 게 불탈 수도 있고, 또 너무 멀어져서 빙하기보다 심각한 상태가 될 수도 있죠. 문제는 언제 어느 정도로 궤도가 변할지 계산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뉴턴은 이런 골치아픈 삼체 문제를 풀려고 평생 애를 썼지만 끝내 실패했습니다. 결국 수학자 푸앵카레에 의해서 삼체 문제의 '해(solution)'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나중에 증명됐죠(푸앵카레는 삼체 문제를 이체 문제로 단순화시켜서 '특수해'를 구하는 방법을 제시했을 뿐입니다.) 한마디로, 삼체 문제는 '풀 수 없는 문제'입니다.

 



<삼체> 드라마에서 외계에 전파를 발사하여 외계 문명을 찾으려는 프로젝트가 나오는데요, 전파를 증폭시키는 데 기술적 한계가 있기에 어딘가에 있을 외계인들에게 메시지를 보낼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태양을 거대한 전파 반사판으로 사용하면 엄청난 크기로 전파를 증폭시킬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전파를 태양으로 직접 쏘면 그걸 태양이 반사하여 훨씬 강하게 먼 곳까지 메시지를 보낼 수 있었던 거죠(이제 실제로 가능한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주인공은 독재자 마오쩌뚱이 지배하던 중국의 여성 엔지니어였습니다. 칭화대에서 물리학을 배우다가 문화혁명의 피바람으로 어찌어찌해서 강제노역을 하다가 또 어찌어찌해서 전파 천문대에서 일하게 되었죠(자세한 스토리는 스포일러일 테니 생략합니다). 

이 드라마의 주요 배경 중 하나가 1960~70년대의 중국임 배경임을 이야기한 이유는 당시 중국에서 마오쩌뚱은 인민의 태양이라는 호칭으로 불릴 만큼 신격화된 인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천문대장은 주인공의 요청을 단칼에 거부합니다. 태양에 정면으로 전파를 쏜다는 것은 마오쩌뚱의 존엄을 위협하는 불경한 짓이라는 게 거부의 이유였습니다. 태양을 거대한 증폭기로 사용한다는 매우 참신하고 놀라우며 '손쉬운' 아이디어가 고작 그런 이유 때문에 거부 당한다는 게 어이가 없더군요. 

'고작 인민의 태양이라는 은유적 표현이 실제의 태양을 무시해 버릴 만큼 강력한 것인가?'  

이 장면을 보면서 권위주의가 시대의 발전과 혁신을 막고 오히려 후퇴시키는 주된 원인이라고 새삼스레 느껴지더군요. 비록 픽션이라지만 중국 작가의 작품이기에 당시 마오쩌뚱 치하의 '권위주의 포악성'을 이 장면으로 잘 캐치했을 겁니다.  무자비한 희대의 비극과 폭력을 문화혁명이라는 당의정으로 포장할 만큼 마오쩌뚱을 위시한 위정자들은 무지하고 무도했고, 그놈의 문화혁명으로 중국은 몇십 년 뒤로 후퇴하고 말았습니다.

조직이 가야할 올바른 길보다 윗사람 심기를 살피는 것이 최우선인 조직에서 희망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주인공은 몰래 외계에 메시지를 보내 지구를 침공할 것을 요청합니다. 우리 세상은 희망이 없다는 말과 함께.

지금 우리에게 희망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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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총선을 보며 든 몇 가지 생각   

2024. 4.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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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부터 시작된 '총선' 정국이 종료됐습니다. 여느 유권자처럼 저 역시 선거철이 되면 '정치 고관여' 상태로 전이되어 안 보던 정치 토론 프로나 각종 유튜브 채널을 일부러 챙겨보곤 하는데요, 투표도 하고 결과도 봤으니 이제는 일상에 보다 집중해야겠습니다.

이번 총선 과정을 보면서 제가 느꼈던 몇 가지 생각을 '짧게' 정리해 보렵니다. 자세히 서술하면 자칫 정치 성향을 드러낼 수 있기에 일부러 중립적인 어조로 짧게 서술한다는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어디까지나 제 생각이고 가설일 뿐이라는 점도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실제로는 몇 가지 더 있는데, 중립적인 생각만을 공유합니다)


1. 손짓과 표정 등 비언어적 표현을 조심해야 한다
말로 속마음을 감추기는 쉽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감춰진 속마음은 자기도 모르게 손짓이나 표정 등 바디랭귀지로 튀어나오려는 속성이 있나 봅니다. 조심한다고 해서 막을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속마음부터 진정성이 있어야 그런 이상한 손짓이나 표정, 말투가 나오지 않습니다.

2. 승리하려면 '중도층'을 투표장에 나오게 해야 한다
중도층에는 보수적 중도와 진보적 중도가 섞여 있는데, 보통은 투표 의지가 적습니다. 정치 저관여층이라고 말할 수 있죠. 이들을 투표장에 나오게 할수록 승리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이들을 투표하게 만들 수 있을까요? 그것은 각 정당의 일.

3. '밴드웨건' 전략보다 '언더독' 전략이 효과적이다
밴드웨건은 '우리가 대세다'를 알림으로써 지지자들의 투표를 독려하는 것이고, 언더독은 '우리가 질 것 같다'라고 지지자들에게 읍소하는 것입니다. 둘다 선거 전략으로 자주 쓰이지만 각 전략에는 부작용이 존재합니다. 밴드웨건 전략을 쓰면 '내가 투표 안 해도 이기겠지'란 생각에 투표할 동인이 적어지고, 언더독 전략을 쓰면 '내가 투표해봤자 안 될 텐데'란 생각에 역시나 투표하기가 싫어지죠.

그런데 이번 총선을 보니(지난 여러 번의 선거에서도 마찬가지인 듯), 밴드웨건 전략을 쓰면 부작용이 커지는 반면에 언더독 전략을 쓰면 지지층이 결집해 투표장에 나가는 현상이 엿보였습니다. 우리 민족이 극난 극복의 후손이라 그런 걸까요? 중도층을 투표장에 이끄는 데에도 언더독 전략이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4. 여론조사를 믿기 어렵다
여론조사가 여론을 조작하고 호도하는 모습이 평범한 시민인 저에게도 보일 정도입니다. 여론조사가 있는 그대로의 표심을 반영해야 하는데, 밴드웨건 전략이나 언더독 전략의 전술로 이용되는 것 같습니다.

5. 전문가의 예측 역시 믿기 어렵다
4번과 같은 이유로 그렇습니다. 얼토당토하지 않은 예측을 내놓은 정치평론가들은 왜 계속 방송 매체에 출연하는 걸까요?

6. 출구조사 때 거짓으로 답하는 사람이 꽤 많다
출구조사 결과가 개표 결과가 완전히 딴판으로 나온 경우가 꽤나 많았습니다. 통계 오류는 아닙니다. 거짓으로 응답한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는 게 제 가설입니다. 그렇다면 왜 거짓말을 하는 걸까요? 그저 장난으로? 보수 유권자와 진보 유권자 중 누가 더 거짓말을 많이 하는 걸까요? 여러모로 궁금합니다.

7. 이기고 있다가 지는 게 더 고통스럽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계속 지는 것'보다 '이기고 있다가 마지막에 지는 것'이 더 고통스럽고 납득하기 어렵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처음부터 없는 것보다 '있다가 없는 것'이 더 아쉽듯이.

당선자들께는 축하를(그리고 준엄한 책임감을),
낙선자들께는 따뜻한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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