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것'이 '진짜로 아는 것'이 되려면   

2024. 12. 1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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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안다'는 말은 무엇을 뜻할까요? 우리가 무언가에 관한 '지식을 안다'고 주장할 때 그 '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오늘은 좀 철학적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안다는 것'을 철학적으로 고찰하면서 우리가 무엇을 안다고 주장할 때 생길 수 있는 오류를 짚어보겠습니다.

플라톤 시절부터 철학자들은 '세 갈래 이론'이라고 불리는 세 개의 기준을 통해 '안다는 것', 즉 지식을 정의해 왔습니다. 세 가지 기준을 만족하면 '그것을 안다'고 말할 수 있고, '그것을 안다'면 세 가지 기준을 만족한다는 뜻이죠. 그 세 가지 기준은 바로 '믿음', '정당화', '진리'입니다.

첫 번째 기준인 '믿음'은 무슨 뜻일까요? 우리가 1+1=2를 안다고 주장하려면 그것에 대한 믿음을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믿지 않는다면 그것을 안다고 주장할 수 없겠죠. 당연한 말이지만 '믿음'이라는 기준을 적용하면 절대적인 지식은 존재하지 않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동일한 사실을 누구는 믿고 누구는 믿지 않는다면, 그걸 믿는 사람에게는 지식이 되지만 믿지 않는 이에게는 지식이 되지 않기 때문이죠.

믿음을 '안다는 것'을 정의하는 하나의 기준으로 본다면 '위대한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은 양자역학을 모른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는 양자역학에서 말하는 여러 발견이 사실임을 인정했지만 그럼에도 자신을 그걸 믿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양자역학의 태동에 기여한 위대한 과학자가 왜 그랬을까요?

 



두 번째 기준인 '정당화'는 우리가 무엇을 안다고 말하려면 자신의 믿음에 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수학적 증명이든, 과학적 실험이든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가 제시되어야만 우리는 그것을 지식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1 + 1 = 2임을 안다면, 그걸 믿어야 하고 그걸 증명해야 하는 의무감도 함께 부여됩니다. 

옥스포드 소사전(Shorter Oxford Dictionary)에서 믿음을 뜻하는 ‘Belief’는 “제안, 진술, 사실을 ‘권위나 증거를 기반으로’ 진실로 인정하는 정신적 동의나 수용”이라고 정의되어 있습니다. 이 정의에서 보듯이 믿음을 믿음답게 만드는 것은 믿음에 관한 증거입니다.
 
세 번째 기준인 '진리'는 결과론적인 기준입니다. 자신의 믿음을 정당화할 수 있더라도 그 믿음이 앎이 되려면 진짜로 옳아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이 또한 당연한 말이죠. 어떤 현상이나 사물을 믿고 그것을 정당화할 수 있더라도 그것이 진리가 아닌 것으로 판명되면 지식이라 부를 수 없습니다. 우리는 역사 속에서 많은 이들이 믿었고 충분히 정당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진리가 아니었던 사례를 무수히 발견할 수 있습니다. 천동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우리는 보통 단지 그 새의 이름만 알 뿐인데도 모든 걸 안다고 자부하곤 합니다. 누군가 개똥지빠귀 이야기를 하면 “아, 나 그 새에 대해 알아”라고 참견하곤 합니다, 하지만 사물의 이름을 아는 것과 사물의 본질을 아는 것은 차원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그 새가 어떤 색의 깃털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소리로 우는지, 어떻게 새끼를 키우는지 등을 체험과 증명을 통해 아는 것이 더 중요하죠.

안다는 것은 적극적이고 동적인 과정입니다. 무언가를 굳게 믿고 그것이 진리하고 증명할 수 있어야 여러분은 그것을 비로소 '아는 것'입니다. 안다는 것의 세 가지 기준을 들여다 보면서 '내가 아는 것'이 진짜로 지식인지 고찰해 보기 바랍니다. 그저 믿음으로 그치면 '나는 옳다'라고 우기는 이들이 꽤 많아서 하는 소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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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나 파트너가 질병을 앓는다면?   

2024. 12. 1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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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갈수록, 아니 더 정확하게는 노화가 진행되면서 우리는 위장병, 관절염, 요통, 목디스크, 소화 불량 등 크고 작은 만성 질병을 앓게 됩니다. 저도 요즘 왼쪽 어깨와 팔에 찾아온 오십견 때문에 치료를 받고 있는데요, 상의를 입거나 벗을 때마다 어깨가 아파서 몇 초면 입을 옷을 2~3분 동안 낑낑거리면서 겨우 입는답니다.

부부 중 어느 한쪽이 이런 만성 질병을 앓으면 아무래도 여러모로 생활이 불편하기 마련인데요, 의외로 가장 큰 문제는 질병 자체보다는 건강한 상대방의 '대처'에 있다고 합니다. 아픈 배우자와 함께 질병을 대처해 나가는 부부가 있는가 하면, 상대방이 아파하면 짜증이나 신세 타령을 하는 부부가 있기도 하죠. 각자가 알아서 하자라고 말하면서 말이죠.

 



두 가지 중 어떤 경우가 질병을 이겨내는 데 도움이 될까요? 어쩌면 '뻔한 답'이 나올지 모를 이 질문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한 학자가 있습니다. 163쌍의 커플이 연구 대상이었는데요, 커플 중 한쪽은 류마티스 관절염을 앓고 있는 자들이었습니다. 연구자는 각 커플이 얼마나 상대방의 건강과 질병에 관심이 많고 얼마나 치료를 함께 진행하는지를 측정했습니다. 두 사람 간 관계의 질을 살폈던 것이죠.

그 결과, '따로 노는 커플'들은 '함께 대처하는 커플'들에 비해 우울증과 불안감을 2배나 더 높게 드러냈다고 합니다. 두 사람 간의 관계의 질도 높지 않았고요. 반면, '함께 대처하는 커플'들은 질병이 있는 쪽이든 질병이 없는 쪽이든 스트레스 수준이 상대적으로 낮았을 뿐만 아니라 좋은 부부 관계를 유지하는 가능성이 높았죠. 

연구자는 상대방의 질병에 대해 부정적인 언행(짜증, 외면 등)을 줄이는 것이 긍정적 행동(따뜻한 말, 도우미 행동 등)을 늘리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점도 밝혔습니다. 

지극히 당연한 것을 연구까지 해서 밝혀야 하나 싶은 이야기를 한 것 같은데요, 현재 여러분의 파트너가 크고작은 만성 질병을 달고 있다면, 그리고 앞으로 언젠가는 그런 질병을 앓게 된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마음을 다지는 의미에서 말씀드렸습니다. 건강한 주말이길, 크리스마스 선물 같은 주말이길 바랍니다.


*참고논문
Mittinty, M. M., Mittinty, M. N., Buchbinder, R., Lassere, M., Chand, V., Whittle, S., March, L., & Hill, C. (2024). Interpersonal process of dyadic coping in rheumatoid arthritis: a perspective from the Australian Rheumatology Association Database (ARAD). The Journal of Rheumatology, 51(9), 862–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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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미래를 결정할 2개의 변수를 찾으세요   

2024. 12.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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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현재, 알다시피 우리나라는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정치 환경의 불안과 그로 인한 경제 불황의 검은 그림자가 우리나라 전체를 암울하게 덮고 있습니다. 소비 급감, 환율 폭등, 외국인 투자 격감 등,... 며칠 전 토요일 저녁에 어느 중국요리집에 갔다가 손님이 별로 없는 모습에 적잖이 놀랐습니다. 연말인데다 토요일 저녁인데도 붐비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죠. 

참 걱정입니다. 앞으로 미래가 어떤 방향으로 펼쳐질까요? 여러분은 불안한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하며 다양한 상황들을 머리 속에 그려 볼 겁니다. 정리가 안 될 정도로 수많은 변수들이 스치고 지나가겠죠. 이것도 위험하고 저것도 문제라서 그 모든 케이스를 다 대비해야 할 것만 같습니다. 가능한 한 많은 수의 시나리오들을 세워 놓고 그에 따른 대비책을 꼬리표 붙이듯이 달아놓아야 마음이 놓일 것만 같습니다. 

하지만 제가 여러 기업과 개인들에게 알려드리는 시나리오 플래닝은 4개 정도로 시나리오의 개수를 한정합니다. 과연 4개의 시나리오를 가지고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겠냐고 반문하겠지만, 4개의 시나리오를 만든다는 것은 가장 불확실하고 중대한 변화동인을 2개 찾아낸다는 말과 같습니다.

과거의 숱한 변화들을 지금 분석하면 그 거대한 변화를 이끄는 요인은 2개 내외이고 나머지 요인은 그로부터 파생되어 나오거나 연관된 것들입니다. 이는 많은 시나리오 플래닝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바이기도 합니다. 요인이 2개니까 2 곱하기 2 해서 4개의 시나리오가 나오는 것이죠. 

 



축구공이나 야구공같은 '구(球)'는 어느 방향으로 봐도 뾰족하게 튀어나온 부분이 없습니다. 그래서 평평하고 매끄러운 바닥에 바운드되면 대략 어느 방향으로 튈지 예상 가능하죠. '완벽한 구'라면 튈 때 그리는 궤적은 하나의 곡선으로 표현될 겁니다. 여기서 완벽한 구의 궤적이란 모든 것이 예정되어 있고 예측 가능한 이상적인 미래를 나타내죠.

그런데 어떤 이유 때문인지 공의 어느 한 부분이 톡 튀어나왔다고 가정해보죠. 평평한 바닥에 떨어뜨리면 구와는 다르게 불규칙적으로 바운드될 겁니다. 실험을 여러 번 반복하면 톡 튀어나온 공이 바운드되며 그리는 궤적은 구일 때보다는 복잡하고 그때그때마다 달라서 결코 하나의 곡선으로 표현되지 않습니다. 만약 실험을 무한히 반복한다면, 궤적의 집합은 특정 공간을 모두 채우고 지나갈 겁니다. 이 말은 톡 튀어나온 부분, 즉 불확실한 변화동인이 하나만 존재해도 충분한 크기의 미래 환경을 그릴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원래 튀어나온 부분과 정확히 반대쪽에 또 하나의 '톡 튀어나온 부분'이 생겼다고 가정해 보세요. 럭비공의 모양을 떠올리면 됩니다. 바운드되는 럭비공을 잡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여러분은 익히 알 겁니다. 럭비공은 아까보다 더욱 예상 못하는 방향으로 튀기 때문에 실험 횟수를 조금만 반복해도 궤적의 집합이 금세 공간의 대부분을 채울 겁니다. 

그렇다면, 톡 튀어나온 부분이 3개라면 어떨까요? 아마도 이런 모양의 공이 있다면 럭비공보다 더 불규칙한 궤적을 나타낼 거라 짐작됩니다. 그러나 톡 튀어나온 부분이 하나일 때와 두 개일 때의 차이만큼은 아닙니다. 톡 튀어나온 부분을 3개로 만들어 봤자 2개일 때의 궤적과 큰 차이가 없을 겁니다. 하나 더 늘린다고 해서 궤적의 다양성을 크게 증가시키지 못하죠. 그래서 미래 환경의 대부분을 커버하면서 동시에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대비하려면 2개의 요인을 찾아 4개의 시나리오를 설정하면 됩니다. 

미래를 그릴 때 너무나 복잡하게만 상상하지 마세요. 환경 변화를 이끄는 중대한 요인은 하나이거나 많아야 2개 정도입니다. 미래가 어디로 갈지 예측하기보다 환경의 불확실성을 일으키는 그 2개의 동인을 찾아내는 것, 그리고 그것으로 4개 정도의 시나리오를 미리 '예상'해 보는 것, 그리고 각 시나리오에 어떻게 대비를 할 것인지 전략을 구상하는 것, 이것이 미래를 현명하게 대처하는 유일한 방법, '시나리오 플래닝'입니다. 참, 쉽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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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우지 않고 이기는 방법   

2024. 12. 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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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록스는 오랫동안 복사기 업계의 강자로 군림하며 복사기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제록스는 복사기로 창출한 막대한 여유자금을 가지고 IBM이 장악하던 대형 컴퓨터 업계로 진출을 모색하면서 IBM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했죠. 하지만 IBM의 강력한 반격에 타격을 받아 큰 손실을 떠안은 채 대형 컴퓨터 시장을 떠나야 했습니다.

하지만 더 큰 손실이 제록스를 기다리고 있었죠. 제록스가 대형 컴퓨터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려고 분투하는 동안, 제록스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캐논이 잠시 비어있던 복사기 시장을 치고 들어와 업계의 1인자로 올라섰기 때문입니다.
 
제록스가 입은 손실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제록스는 원래 퍼스널 컴퓨터 기술 분야에 있어 독보적인 위치를 점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제록스 산하의 팔로알토 연구소를 견학하며 마우스와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GUI) 기술 등을 베껴 갈 정도였죠. 

하지만 IBM이 장악한 대형 컴퓨터 시장에 마음을 빼앗긴 탓에 퍼스널 컴퓨터 분야의 엔지니어들은 상대적으로 소외를 당했고 그 때문에 스티브 잡스의 애플로 대거 이직해 버렸습니다. 한 번의 잘못된 의사결정이 대형 컴퓨터 시장의 진입 실패, 복사기 시장의 지배력 상실, 차세대 컴퓨터 시장의 기회 상실 등 무려 3가지의 커다란 손실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손자병법>을 쓴 손무는 병법 중에서 가장 저급한 것이 공성(攻城)이라고 말합니다. 성 안의 적을 공격하는 책략인 공성은 엄청난 희생과 실패 확률을 감수해야 합니다. 막대한 여유자금만 믿고 이미 경쟁자가 차지한 영역을 무턱대고 덤비는 일은 공성에 해당하는데, 바로 제록스가 택한 전략이 공성이었던 겁니다. 

<손자병법>의 수많은 지혜 중 하나만 고르라면 “백 번 싸워 백 번 이기는 것이 최선이 아니라 싸우지 않고 적을 굴복시키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승리 모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싸우지 않고 적을 온전히 이기는 가치가 <손자병법>의 최고 지향점이죠. 그러려면 지승(知勝), 전승(戰勝), 선승(先勝)의 방법을 써야 합니다. 지승은 경쟁의 상황을 면밀하게 분석하여 이긴다는 것이며, 전승은 전쟁에서 싸워 이긴다는 것이며, 선승은 싸우기 전에 이길 수 있는 상황을 먼저 만들어 놓고 이긴다는 뜻입니다.

<손자병법>은 ‘집중(集中)’의 가치를 역설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큰 고전입니다. 군사전략가인 클라우제비츠는 “전략에서 가장 중요하고도 간단한 준칙은 병력 집중이다. 우리는 이 원칙을 엄격히 따르고, 믿을 만한 행동 지침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죠. 병력을 분산시키면 전선이 길게 형성되고 상대방이 공격하기 좋은 허점이 드러나는 것과 마찬가지로 여러 분야에 문어발을 뻗치거나 모두를 만족시키려고 노력한다면 이도저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손자병법>은 경쟁이 존재하는 영역이면 어디든지 적용할 수 있는 지혜를 담고 있는데요, 경쟁 자체를 최고의 목적으로 두지는 않습니다. 손무는 경쟁을 질질 끌지 말 것, 전쟁의 폐해를 항상 염두에 둘 것, 모든 결정은 이성적으로 판단한 후 내릴 것, 늘 차가운 머리를 유지할 것, 목숨 걸고 싸우려 들지 말 것을 충고하니까요. 

요즘 정치인 중 하나가 단 며칠 만에 말바꾸기를 수도 없이 시전하면서 어설프게 정치공학을 구사하는 모양인데요, 그런 얕은 수를 쓰기 전에 몇 시간만이라도 <손자병법>을 정독하기를 권하고 싶습니다. 물론 카메라를 의식하며 고뇌에 잠긴 듯 읽는 흉내만 낼 것이 뻔하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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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를 달성하려면 쪼개기를 잘해야 합니다   

2024. 12. 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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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피부암을 전문적으로 연구한다고 상상해 보세요. 젊은 여자들이 아무런 방비를 하지 않은 채 강렬한 햇빛에 그대로 피부를 노출시키며 거리를 활보하고 다닌다면 아마도 여러분은 그 여성들에게 자외선과 피부암의 위험을 끊임없이 경고하겠죠. 하지만 그들이 아랑곳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해야 피부암의 위험을 제대로 알려 행동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요?

피부암의 위험을 홍보해봤자 사람들은 그것이 먼 미래의 일이라고 치부합니다. 그렇기에 햇빛에 그대로 노출되면 여드름이 생기거나 40대가 되기 전에 얼굴에 기미와 검버섯이 생길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게 효과적입니다. 먼 일이 아니라 아주 가까운 일로 이야기해야 납득을 하는 것이죠.

"오늘 사과 하나를 받을 것인가, 아니면 내일까지 기다려서 사과 2개를 받을 것인가?"라고 물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늘 사과 하나를 받고 만다고 합니다. 하지만 "앞으로 60일 후에 사과 1개를 받을래, 아니면 61일 후에 사과 2개를 받을래?"라고 물으면 거의 모두가 61일 후에 사과를 2개 받겠다는 선택을 합니다. 똑같은 '하루 차이'인데도 현재에 가까울수록 그 시간의 가치를 훨씬 크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처럼 먼 미래보다 현재를 중요시하는 '현재 지향 편향'이라고 말합니다. 

'현재 지향 편향'에 빠지는 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강의 의뢰가 들어올 때 "내일 하겠습니까, 아니면 내일 모레 하겠습니까?"라고 물으면 저는 거의 어김없이 "모레로 하겠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그런데 "강의를 30일 후에 하겠습니까? 아니면 그 다음 날에 하겠습니까?"라고 물으면 또 어김없이 "아무 때나 상관없습니다"라고 대답하죠. 역시 현재에 가까운 '하루'일수록 시간의 가치를 더 크게 느끼는 편향에서 저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간단한 사례이지만, 사람들의 행동 변화가 말처럼 쉽지 않은 이유가 '현재 지향 편향'에 있다는 것, 그리고 사람들의 의미있는 행동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현재 지향 편향'을 잘 이용해야 한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진화심리학적 관점에서 봐도 인간은 먼 미래를 보는 것보다 바로 지금의 일에 더 큰 가치를 두고 더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게 당연합니다. 수백만 년 전, 위험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현재를 중시하는 것이 유리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조직에서 혹은 가정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도입할 때는 목표가 너무 거창해서는 안 됩니다. '좋은 말이지만 나랑 크게 상관없는 일이야. 윗사람들이 알아서 하겠지'라고 외면할 테니까요.

'현재 지향 편향'을 이해한다면 거창하고 먼 미래의 일로 보이는 목표를 바로 오늘이나 내일의 일로 잘게 쪼개거나, 적어도 그런 일로 표현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래야 실제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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