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 가능한 것과 예측 불가능한 것   

2011. 1. 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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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측은 제2의 천성이라 일컬을 만큼 인간들에게 본능적인 습성입니다. 우리는 미래의 불확실함에 대해 불안감을 느끼기 때문에 미래를 예측하는 일에 몰두를 하거나 지대한 관심을 지닙니다. 수많은 종류의 예측 기법들이 난무하고 예측을 주업으로 하는 사람들(경제학자, 컨설턴트, 기상예보관, 미래학자 등)이 세상에 많이 존재한다는 점(그리고 그들이 제법 돈을 잘 번다는 점)이 이를 증명하지요.

그러나 적어도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미래를 정확하게, 아니 근사한 수준으로 예측하는 기법은 없습니다. 더군다나 미래의 변화를 미리 짚어낸 예측전문가들도 거의 없습니다. 가까이는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를 촉발할 거라 예측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어쩌다가 예측이 적중한 예측전문가가 있을지 모르지만, 따지고 보면 그것은 행운에 지나지 않다는 점이 여러 연구에서 밝혀졌습니다. 예측의 허구에 대해서는 여러 번 다른 글을 통해 이야기했기 때문에 여기서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예측은 부질없고 소용없는 일일까요? 예측은 항상 틀리기만 한 것일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다음에 나오는 '예측의 조건' 2가지를 충족한 예측은 타당하고 또한 충분히 납득 가능합니다.

예측의 조건

(1) 현재 시점에서 미래 시점으로 이어지는 '입증된 자연법칙'이 필요하다
(2) 시작점인 현재 상태(초기조건)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

첫 번째 조건은 이런 뜻입니다. 방정식이든 논리적인 추론이든 예측에 사용되는 도구나 기법이 자연법칙이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즉 언제라도(적어도 아주 오랫동안) 변하지 않는 법칙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공중에서 공을 놓으면 몇 초 후에 땅에 닿을 것이다"라고 누군가가 예측할 때 그의 말이 타당하고 옳은 이유는 예측에 사용된 중력 법칙이 자연법칙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이렇게 주장한다고 해보죠. "내일의 주가는 오늘의 주가에 0.1을 곱하고 10을 더하면 예측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그는 y=0.1x + 10 이라는 방정식에 따라 주가가 움직인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이 방정식은 '주가의 법칙'으로 보이긴 하지만, 자연법칙은 절대 아닙니다. 그 사람의 경험법칙이거나 과거 데이터를 회귀분석해서 얻은 '추세식'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그 사람의 예측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주가를 결정하는 변수와 변수 간의 관계는 매우 복잡하기 때문입니다. 변수가 많더라도 그것들이 뭔지 알면 좋으련만, 무엇이 주가를 변동시키는지 집어내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주가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도 매순간 바뀌기 때문에 주가의 변동에서 일반적인 자연법칙을 이끌어내기란 불가능합니다.

수많은 주식전문가들이 갖가지 '자연법칙스러운' 예측 모델을 만들어냈노라고 주장했고 또 주장하고 지만 주장하지만 시장수익률을 상회하는 예측 모델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주식 시장이 합리적인 요인과 비합리적인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는 '복잡계(complex system)'이기 때문입니다. 복잡계는 일정한 패턴이나 법칙을 찾을 수 없는 시스템을 말합니다. 그래서 워런 위버란 사람은 "알거지가 되는 최고의 방법은 운에 좌우되는 게임에서 일정한 패턴을 발견했다고 믿는 것이다"라고 말하면서 주가 예측의 위험을 경고합니다.

그런데 천년에 1명 나올까 말까한 천재가 나타나서 '언제 어디서라도' 기업가치를 예측하는 방정식을 찾아냈다고 가정해 보죠. 우리는 그를 '기업가치 법칙'이란 자연법칙을 발견해낸 위대한 사람이라고 칭송할 겁니다. 아마 노벨상을 100개 정도 수여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할 겁니다. 이럴 때 그가 규명한 방정식을 사용하면 특정 기업의 미래 가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까요?

아직 확답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예측의 조건 중 두 번째인 '시작점인 현재 상태를 정확하게 알아야 한다'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죠. 위에서 복잡계는 합리적인 요인과 비합리적인 요인이 동시에 작용하는 시스템이라고 했는데, 이 말은 천재가 규명한 방정식이 '비선형 방정식'임을 의미합니다. X의 값에 Y의 값이 비례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천재가 규명했음직한 기업가치 방정식을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가정해 볼까요? (이 방정식은 상징적인 예시일 뿐입니다. 실제 기업가치를 구하는 방정식이 아닙니다. 오해 마시길....)

Y = 4X * (1 - X)

X : 현재의 기업가치
Y : 1분 후의 기업가치

아마 기업가치 방정식(실제로 존재할 리는 없겠지만)은 이보다 훨씬 복잡하겠죠. 어쨋든 이 방정식은 X의 제곱항이 있기 때문에 비교적 간단한 복잡계를 나타내는 비선형 방정식입니다. 게다가 2분, 3분 이후의 기업가치를 구하기 위해 Y가 다시 방정식에 대입되는 '되먹임(feedback)'이 존재합니다.

이 방정식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X라는 현재의 기업가치입니다. 이것을 간단하게 '초기조건'이라고 부릅니다. 초기조건의 값이 잘 입력돼야 그 후의 기업가치가 잘 계산되겠죠. 그런데 문제는 이런 '비선형 되먹임 방정식'은 초기조건에 굉장히 민감하다는 것입니다. X가 조금만 달라져도 예측이 틀어진다는 점이죠. 진짜 그런지 살펴볼까요?

초기 기업가치의 실제값을 0.7 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런데 측정하는 과정에서 현재의 기업가치를 0.700001 이라고 잘못 측정했다고 해보죠. 겨우 백만분의 1의 오차라서 별것 아니라 생각하겠지만, 결과는 엄청나게 달라집니다.

아래의 그래프에서 파란 선은 이 방정식에 0.7을 입력한 실제의 기업가치 곡선입니다. 반면, 붉은 점선은 0.700001을 입력한 예측 곡선이죠.


보다시피, 17분까지는 실제값과 예측값이 거의 일치합니다. 하지만 18분부터는 갑자기 예측 곡선이 실제 곡선을 벗어나 요동치기 시작합니다. 겨우 오차가 백만분의 1인데도 18분 이후의 예측이 실제와 달라지는 겁니다. 만일 이보다 세밀하지 못하게 초기 기업가치를 측정(대부분 이렇겠죠)한다면 18분 이내는 커녕 2~3분 후의 미래 기업가치도 예측하지 못하겠죠. 이처럼 기업가치를 오차 없이 완벽하게 측정할 수 없다면 천재가 규명한 방정식도 무용지물입니다.

즉, 복잡계 성격을 띠는 시스템을 움직이는 자연법칙을 발견했다 하더라도, 초기조건을 완벽하게 측정할 수 없다면 예측은 불가능합니다. 위에서 봤듯이 제법 정밀하게 측정했다 해도 조그만 오차가 '되먹임' 과정을 통해 빠르게 증폭되어 예측이 빗나가 버리고 맙니다.

예측할 수 있는 것과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잘 구분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예측 모델이 있다는 것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은 다릅니다. 예측할 수 있으려면 예측에 필요한 자연법칙이 존재해야 합니다. 또한 시작점인 현재의 상태(즉 초기조건)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2가지 조건을 만족해야 우리의 예측은 의미가 있습니다. 두 조건 중 하나라도 만족하지 못하면, 예측할 수 없는 것에 해당합니다.

여러분에게 필요한 능력은 예측을 잘 하는 능력이 아닙니다.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예측하려는 오류에 빠지진 않았는지 위의 예측의 조건으로 여러분이 가진 예측 모델을 살펴보기 바랍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의 예측이 '예측의 조건'을 만족하지 않는다면 그의 예측을 신뢰해서는 안되겠죠.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예측하려는 노력보다 예측할 수 없는 결과(혹은 바라지 않는 결과)가 나올 때를 대비하는 일이 보다 현명하다는 것을 더불어 기억하기 바랍니다.

(*참고도서 : '혼돈의 과학', '욕망을 파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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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하다'는 말의 진짜 의미는?   

2011. 1. 1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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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흔히 "날이 갈수록 세상이 복잡해지고 불확실해진다"라고 이야기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예전에 없던 신기술이 출현하고 새로운 제품이 혜성처럼 등장했다가 예상치 못한 일로 금세 말로를 걷기도 합니다. 어제 한 예측이 휴지조각이 되고, 오늘 내린 조심스러운 의사결정이 걷잡을 수 없는 파국을 만들기도 합니다. 과거에는 A를 입력하면 B가 발생한다는 식의 인과관계가 뚜렷했는데,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A를 집어넣으면 B가 생기질 않거나 전혀 다른 C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이렇게 우리는 사람이 붐비거나 자동차가 도로에 꽉 막고 있을 때처럼 눈으로 직접 목격하는 복잡함 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문화 현상에서 복잡다난하게 벌어지는 상황과 때론 폭발하는 모습을 자주 접하면서 '복잡성'이란 말을 현대를 규정 짓는 키워드로 인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지금 이 시대가 단순하다고 말할 현대인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복잡성(complexity)'란 과연 무엇일까요? 단순함의 반대말인 복잡함을 우리는 어떻게 정의 내릴 수 있을까요? 일상생활에서 '복잡하다'란 말은 여러 가지 의미로 쓰입니다. 복잡함이란 우리 눈에 금방 파악이 안 되는 어지러운 상황('뭐가 뭔지, 참 복잡하네')을 일컫는 말일까요? 아니면 정원을 초과하여 승객을 실은 버스처럼 사람들이 옴짝달짝할 수 없는 상황('버스 안이 복잡하다')을 나타내는 말일까요?

이 질문에 답하기 전에 아래에 있는 두 개의 그림을 보기 바랍니다.


이 두 개의 그림 중에 어떤 것이 더 복잡할까요? 

아마 여러분 중 대부분은 왼쪽 그림이 오른쪽 것보다 더 복잡하다고 생각할 겁니다. 여러분은 왜 왼쪽 그림이 오른쪽 그림보더 더 복잡하다고 생각한 걸까요? 왼쪽 그림은 일단 동그라미의 개수가 많습니다. 그리고 인과관계를 나타내는 화살표로 연결되어 네트워크를 형성합니다. 반면, 오른쪽 그림은 동그라미가 4개 뿐이고 서로 인과관계도 없습니다. 4개의 동그라미가 독립적인 섬처럼 존재하죠. 그래서 여러분은 왼쪽 것이 오른쪽 것보다 복잡하다고 결론 내렸을 겁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여러분이 이런 식으로 판단했다면, 복잡성의 정의를 "시스템을 설명하기 위해 문장이 길어지거나 여러 문장을 사용해야 할수록 복잡하다"라고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물리학자인 머리 겔만(Murray Gell-Mann)이 이렇게 정의 내렸죠. 시스템 전체를 완전하게 설명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 자료, 노력 등의 정도가 바로 복잡성이라는 겁니다. 버스에 승객이 5명일 때보다 50명일 때가 더 복잡하다고 여기는 것처럼 말입니다. 

위에서 왼쪽 그림이 더 많은 동그라미를 가지고 있고 화살표(인과관계)도 많기 때문에 누군가에게 그림의 내용을 설명하려면 오른쪽 그림보다 더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설명을 끝내고 물 한 모금 마셔야 할 만큼 목이 마르겠죠. 설명을 다 해줘도 듣는 사람이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서 재차 설명해줄 것을 요청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오른쪽 그림에 대해서는 "동그라미 4개가 서로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란 짧은 설명으로 모든 게 끝나니 단순하기 그지 없습니다.

이러한 복잡성의 정의는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복잡하다'란 말의 의미와 통하기 때문에 쉽게 이해가 될 겁니다. 그러나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문제 해결'에는 그다지 유용하지 않습니다. 그저 시스템의 현상을 기술하는 것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시스템이 어떻게 될지를 예측하거나, 시스템에 뭔가가 이상이 발견되면 '좋은 쪽'으로 변화시키고자 할 겁니다. 그래야 문제가 해결되기 때문이죠. 이를 위해서는 시스템이 얼마나 '자유로운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즉 시스템의 '자유도(degree of freedom)'가 얼마인지 알아야 합니다.

물리학, 통계학 등에서 자유도를 조금씩 다른 의미로 쓰는데, 일반화해서 말하면, "시스템의 변화를 일으키는 데 사용되는 독립적인 변수의 개수"를 말합니다. 말이 조금 어렵지만, 알고 보면 쉽습니다. 여러분이 테이블 위에서 장남감 자동차를 이리저리 움직인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 자동차를 어떤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까? 좌/우 아니면 위/아래죠? 그렇기 때문에 장난감 자동차의 자유도는 2입니다. 만일 자동차를 테이블 위로 번쩍 들어올리는 행동을 허용한다면 자유도는 3이 되겠죠. 쉽게 말해, 자동차는 3차원 공간에 있기 때문에 자유도가 3입니다.

자유도가 클수록 복잡성이 큽니다. 2차원(자유도 2) 평면에서의 자동차 움직임보다 3차원(자유도 3) 공간에서의 움직임이 더 다양하게 변하기 때문입니다.

복잡성을 자유도와 같은 관점으로 정의 내리면, 오른쪽 그림이 왼쪽 그림보다 더 복잡해지는 반대의 결과가 나옵니다. 왜 그럴까요? 그림을 다시 한번 볼까요?


오른쪽 그림을 하나의 시스템이라고 보면, 시스템을 변화시키려면 4개의 동그라미를 모두 건드려야 합니다. 즉 자유도가 4이죠. 반면에 왼쪽 그림은 겉으로 보기엔 복잡한 것 같지만, 맨 위쪽에 있는 빨간 동그라미만 변화시키면 그 변화의 영향이 나머지 동그라미에 퍼짐을 화살표들이 알려줍니다. 즉 자유도가 1입니다. 따라서 오른쪽 그림이 왼쪽 그림보다 더 복잡합니다. 여러분이 문제 해결을 위해 시스템을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아무래도 자유도가 작은 게 용이하겠죠?

복잡성을 자유도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필요함을 깨닫게 됩니다. 겉으로 보기에 복잡(왼쪽 그림)하더라도 실상은 하나나 두 개의 요소만이 핵심원인인 단순한 상황일지 모릅니다. 반대로, 단순한 상황(오른쪽 그림)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매우 복잡할 수 있죠.

여러분이 문제를 해결하는 입장에서 복잡성을 올바로 판단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겉보기 복잡성'과 '실(實) 복잡성'을 잘 구분해야 합니다. 복잡하지 않은 것을 복잡하다고 판단해 버리면 복잡한 해법만이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지레 겁을 먹고 문제 해결을 포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또한, 단순하지 않은 것을 단순하다고 여기면 아무런 해법도 시스템을 변화시키지 못해 미궁에 빠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좀 어려웠나요? 어떤 면에서 복잡함과 단순함은 동시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복잡성의 개념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시스템(혹은 문제)의 복잡성을 올바르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 이것은 '문제 해결의 연속이라는 삶'을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역량임을 기억하기 바랍니다.

(*참고도서 : '초이스', 위의 그림은 이 책에 실린 그림을 변형해 옮긴 것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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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대비력은 이야기에서 나온다   

2011. 1. 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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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몇몇 기업에서 미래의 불확실성을 대비하기 위한 전략적 행동으로 시나리오 플래닝을 활용합니다. 미래에 벌어질 여러 가지 상황(시나리오)들을 두루 그려보고, 각 상황에 맞는 대응전략을 미리 수립해 두는 것이 최선임을 기업들이 깨달아 가기 때문입니다. 예측으로 미래를 하나의 숫자나 상황으로 규명해 내려는 노력이 소용 없고 부질 없음을 서서히 알아가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나리오 플래닝에서 가장 예술적인 단계이면서 필수적인 단계가 바로 '시나리오 라이팅'입니다. 시나리오 라이팅이란 말 그대로 미래의 각본을 쓰는 과정으로서 소설가나 드라마 작가가 되어 미래의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냅니다. 연말이 되면 미래의 트렌드를 전망하는 책들이 서점에 쏟아져 나오는데, 그런 책들 중에서 아무거나 펼쳐 보면 마치 미래의 일이 현실로 일어난 듯 이야기로 풀어가는 부분을 볼 수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시나리오입니다.



시나리오는 머리 속에 상황이 생생하게 그려지는 소설 형식으로 쓸 수 있고, 신문이나 방송의 기사처럼 공식적인 톤으로 서술할 수도 있습니다. 시나리오의 형식은 핵심이슈가 가지는 긴급함과 중요성, 조직 구성원들에게 미칠 효과 등을 고려해서 적절하게 설정하면 됩니다.

그런데 시나리오를 왜 써야 할까요? 바로 2가지 이득이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미래의 시나리오가 우리의 사업과 미래의 사업방향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 구성원들에게 명확한 이미지로 인지시킬 수 있습니다. 구성원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그들이 회사의 비전과 전략에 몰입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무미건조하고 막연한 예측 데이터가 아니라, 피부로 느끼는 이야기를 통해서 ‘아, 그렇게 될 수도 있겠구나’는 맥락을 인식시키고 구성원들의 역량을 하나로 집결시킬 수가 있죠. 숫자나 그래프로 그렇게 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둘째, 시나리오를 쓰다 보면 생각하지 못한 환경요인을 자연스럽게 고려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김치냉장고를 판매하는 회사가 ‘소비자들이 얼마나 많은 김치냉장고를 사게 될 것인가’에 관련해서 시나리오를 수립했다고 가정해 보죠. 시나리오를 쓰다보면 김치냉장고의 판매와 관련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라이프 스타일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자연스럽게 사고의 폭이 넓어집니다.

그래서 김치냉장고가 김치 저장 이외의 목적으로 사용될 거라든지, 기능적인 우수함보다 인테리어적인 디자인을 더 선호하게 될 거라는 힌트를 얻을 수 있죠. 이렇게 되면 보다 효과적인 대응전략 수립이 가능해집니다.

시나리오를 잘 쓰려면 줄거리를 잘 잡아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환경요인들이 서로 어떻게 영향을 주고 받는지를 면밀히 살피는 사전 작업이 필요합니다. 보통 이런 과정을 '인과분석'이라고 하죠(시스템 다이나믹스라고 부르기도 한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시나리오는 가상의 인물을 내세운 소설 형식으로 쓰거나, 신문 기자가 기사를 작성하듯이 쓸 수도 있습니다. 또는 위대한 예언가를 등장시켜서 미래에 일어날 사건들을 경고하는 방식도 취할 수 있죠. 아니면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서 연극이나 영화처럼 역할극의 형태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어떤 것이 가장 좋은 형식인지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형식과 문체라면 상관없습니다. 가장 무난하게 사용되는 시나리오 형식은 신문이나 방송의 기사체입니다. 기사체의 글은 시나리오의 내용과 시사점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이해시키는 장점이 크기 때문에 여러분에게 권장합니다. 소설 형식으로 쓰는 경우가 있는데, 자칫 잘못하면 글이 유치해지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읽는 독자들의 몰입을 방해하고 맙니다.

시나리오를 쓸 때는 무엇을 주의해야 할까요? 첫째, 시나리오 제목을 짓는 데 힘을 써야 합니다. 제목만 들어도 어떤 시나리오인지 머리 속에 그려질 정도로 시나리오의 의미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제목이어야 합니다.

둘째, 시나리오 제목의 길이는 짧을수록 좋습니다. 가능한 한 10자 이내가 적절합니다. 셋째, 드라마틱한 요소를 적절하게 배합해서 재미있게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무미건조하게 미래를 서술하는 것보다 ‘내일의 뉴스’를 미리 접하는 것처럼, 또는 타임머신을 타고 가서 미래의 광경을 직접 목격하는 것처럼 시나리오를 그리기 바랍니다.

넷째, 문장은 일반적으로 현재형 시제로 쓰는 것이 좋습니다. 시나리오는 분명히 미래의 이야기지만, 바로 지금 우리가 맞닥뜨린 현재의 일로 인식시키려면 생생한 현재의 언어로 시나리오를 기술해야 합니다. 다섯째,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을 적절하게 배합하기 바랍니다. 최선의 시나리오라고 해서 절대적으로 ‘좋은’ 미래는 아닙니다. 긍정적인 사건과 부정적인 사건이 조화를 이루도록 하기 바랍니다.

시나리오는 미래의 이야기입니다. 인간은 스토리를 좋아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시나리오에 쉽게 몰입됩니다. 몰입된다는 말은 미래를 예행연습한다는 뜻이고, 예행연습은 실수를 줄이고 성공의 확률을 높여줍니다. 사실 시나리오 플래닝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럴 수도 있고 저럴 수도 있는, 서로 배치되는 주요 상황들을 이야기로 그려봄으로써 무엇을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힌트를 얻는 과정에 불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시나리오 플래닝은 복잡한 시스템이나 방대한 데이터가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여러분 스스로 재미난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야기꾼이 되어 사람들을 이야기 속에 '푹 빠지게' 만들 수만 있다면 첨단기업도 못 따라올 '미래 대비력'을 갖출 수 있습니다.

이야기 속에 미래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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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레이] 난 행복하다. 왜?   

2011. 1. 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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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블로거인 inuit님으로부터 제가 첫 바톤을 넘겨 받아 이 릴레이를 이어갑니다. 막상 릴레이 요청을 받으니 '내가 왜 행복한지'를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매우 어려워서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행복은 분명 '좋은 것'인데, 그것이 무엇인지 한마디로 말하기 위해 고민이 필요하다는 건 아이러니죠.

행복에 관한 책은 제법 읽었음에도 행복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지 못하는 저는 이틀간의 고민 끝에 이렇게 정의 내렸습니다.

<우리집에 만들어 놓은 공항>


1. 나의 행복론

난 행복하다. [가고싶은 곳들]이 있으니까.

저는 여행을 좋아합니다. 세상에 여행 싫어하는 사람은 별로 없겠지만, 주말에 시간이 있으면 '다음엔 어디로 여행을 떠날까'라며 구글의 세계지도를 쭉 펼쳐 가고 싶은 나라를 찍어보곤 합니다. 현재 물망에 오르는 지역은 그리스, 터키, 이집트입니다. 그리고 예전에 잠깐 거쳐 갔던 스위스를 일주하고픈 마음도 듭니다.

좋아는 하지만, 학생 때는 경제적인 문제로, 돈을 벌고 아이를 키우면서는 시간 문제로 많은 곳을 여행하지는 못했습니다. 제대로 된 여행을 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수두룩하죠.

사람들은 그 아름다운 곳에 가면 행복해지리라 믿습니다. 물론 거기에 사는 사람들도 그곳이 아닌 다른 곳을 동경한다죠. 행복은 다가갈수록 잡히지 않는 무지개 같습니다. 그러나 저는 매번 속으면서도 어쩔 수 없습니다. 팍팍한 일상의 군장을 내려놓고 쉬는 '10분간 휴식'의 달콤함에 중독되어 버린 모양입니다. 그것이 중독이든 매혹이든 저에게 1년을 버티게 하는 힘이자 행복이니까요.

1년에 한번 이상 여행을 떠나기로 우리 가족끼리 약속했는데, 잘 지켜질지 미지수네요.


2. 앞선 주자

Inuit님


3. 다음 주자

쉐아르님, 이승환님 입니다.

쉐아르님은 한번도 뵌 적은 없지만 블로그 포스팅을 읽을 때마다 포근하고 단아한 글맛이 느껴지는, 그런 분이십니다. 멀리 타국에서 직장생활을 하시면서 바쁜 시간을 쪼개(그리고 제가 알기론 저와 비슷한 연배인데도) 배움의 뜻을 펼치는 모습이 존경스럽고 부러운 마음입니다. 행복의 이유를 알고 싶네요.

이승환님은 사석에서 몇번 만난 블로그 친구입니다. 제가 설명을 하지 않아도 이승환님이 누구인지 다들 아실 겁니다. 명랑하면서도 오다쿠스럽고 때론 19금을 넘나드는 글로 유명하죠. 행복이 뭐냐 물으면 '행복이란 happiness입니다'라고 답할지 모르지만, '행복의 이유'에 대해선 나름 할말이 많을 것 같군요.


4. 규칙

1. '난 행복하다. [ ]가 있으니까.'의 빈칸을 하나의 명사로 채우고, 다섯 줄 이내로 보강 설명을 주세요. 평범한 답은 쓰지 말고, 거창한 답도 쓰지 말고 자기만의 작고 소중하며 독특한 행복요소를 적으시기 바랍니다. (금칙어: 가족, 건강 등)
2. 앞선 주자의 이름을 순서대로 써 주세요.
3. 다음 주자로 두 분의 블로거를 지정해주시고, 글을 부탁드립니다.
4. 이 규칙을 복사합니다.
5. 이 릴레이는 1월 31일 11:59분에 마감됩니다.


5. 1월 17일이니, 마감이 14일 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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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기관의 예측력, 믿을 만한가?   

2011. 1. 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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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욕망을 파는 사람들'이란 책을 읽던 중에 이런 문구를 발견했습니다. "경제학자의 평균적인 예측 능력은 단순한 추측 수준이다."라는 문구입니다. 상당히 냉소적이고 노골적인 말이죠?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경제학자가 있다면 꽤나 기분 나쁜 소리일 겁니다.

이 말을 풀어서 말하면, 경제학자들이 갖가지 근거를 가지고 경제지표를 예측하더라도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할 것이다'라는 단순예측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소리입니다. 그들의 노력이 사실상 무용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문제의 그 책.


 정말 그럴까요? 경제학 박사들이 즐비한 경제연구기관의 예측 능력이 고작 그것 밖에 안 될까요? 기본적으로 그들은 경제에 관해서라면 일반인들보다 많은 지식을 가졌고 오랫동안 경험도 많이 쌓았습니다. 게다가 그들은 데이터베이스화된 자료들을 수십 년간 축적해 놓았습니다. 그런데도 예측 능력이 단순예측보다 나을 것이 없다고 말하다니, 그 책의 저자가 너무 '뻥'이 심한 게 아닐까요?

저자의 주장이 사실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기로 했습니다. 매년 말이 되면 여러 경제연구기관들이 내년도 경제전망을 내놓습니다. 경기, 물가, 수출입 등 여러 가지 지표들을 예측해서 발표하는데, 가장 대표적인 지표는 우리가 보통 '경제성장률'이라고 부르는 '실질 GDP 성장률'입니다. 그래서 각 경제연구기관들이 경제성장률을 얼마나 잘 예측하는지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여러 경제연구기관이 있지만, 그 중에서 3군데만 골랐습니다. 선택된 기관은 한국개발연구원(KDI), 삼성경제연구소(SERI), LG경제연구원입니다. 그런 다음, 각 기관의 홈페이지를 접속하여 1999년부터 2009년까지의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일일이 검색했습니다. 예측 시점은 각년도 말로 설정했습니다(예를 들어 2005년의 경제성장률 예측치는 2004년 12월에 발표한 자료를 토대로 했음).

이렇게 얻은 각 기관들의 예측치와, 통계청에서 얻은 실제값을 비교해 봤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차이가 눈에 보이더군요. 그래프로 그려보면 그 차이가 확연합니다.

<기관별 예측치>


위 그래프에서 점선은 실제의 경제성장률이고 나머지는 각 기관의 예측치입니다. 기관들의 적중률이 그다지 높지 않죠? 2004~2007년은 그런대로 비슷하게 맞혔지만, 다른 연도엔 실제값과의 편차가 상당히 큽니다. 특히 1999년엔 무려 8%P 이상의 오차를 보였고, 최근인 2008~2009년에도 2.5~3%P 정도의 오차를 보였습니다. 경제성장률에서 1%P는 상당히 큰 수치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오차가 발생했다는 것은 예측이 실패했음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위 그래프에서 특이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나요? 이상하게도 기관들의 예측치가 거의 비슷하다는 점입니다. 기관들 간의 편차는 실제값과의 편차에 비하면 아주 작습니다. 각 기관들이 전망치를 발표하기 전에 서로 의견을 조율한 것처럼 보일 정도입니다. 기관들 사이에도 서로 '벤치마킹'을 하는 걸까요?

이제 '욕망을 파는 사람들'의 저자인 윌리엄 A. 서든의 주장이 정말 맞는지 살펴보기로 하죠. 그는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할 것이다"란 단순예측보다 경제학자들의 예측이 나을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단순예측을 이렇게 진행했습니다. 당해년도의 실제 경제성장률 값의 소수점 아래를 버린 것을 차년도 경제성장률로 삼았습니다. 예를 들어, 2004년의 실제 경제성장률이 4.6%이면, 2005년의 경제성장률을 4.0%로 전망하는 방식으로 에측했습니다. 말 그대로 단순한 방법이죠.

그런 다음, '실제값과 예측치와의 편차'를 아래와 같은 그래프로 나타냈습니다. 가로축에 가까울수록 편차가 작다(즉 적중률이 높다)고 보면 됩니다.

<실제값과의 편차>


위 그래프에서 점선은 단순예측치와 실제값과의 편차를 나타냅니다. 나머지 선은 각 기관의 예측치과 실제값과의 편차를 나타내죠(이 그래프에서도 기관들의 예측 패턴이 아주 비슷하다는 게 보이네요. 모종의 소통이 있는 걸까요?).

어떻습니까? 단순예측의 패턴과 각 기관의 예측 패턴이 조금 비슷하게 보이지 않나요?  단정지어 말할 수는 없으나 '기관들도 과거(전년도)의 값을 기초로 예측치를 내놓는 것은 아닌가' 하는 심증이 생기는 대목입니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닻 효과'의 사례일지도 모르겠네요.

위 그래프를 언뜻 보면 단순예측의 예측 능력이 나쁜 건 아니라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단순예측이 기관의 예측보다 못한 때도 있죠. 1999~2001년, 2003~2004년, 2006년이 그렇습니다. 하지만 기관들보다 예측을 잘한 때도 있습니다. 2002년, 2005년, 2007~2009년이 그러하죠. 이 정도라면 단순예측이 기관들보다 못하다고 할 수 없겠죠?

물론 과거 10 여년의 경제성장률 하나만 가지고 경제연구기관들의 예측 능력이 별로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 경제성장률이 가장 중요하게 다뤄지는 지표라는 점에서 볼 때 솔직히 실망스러운 수준입니다. 단순예측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윌리엄 A. 서든의 노골적인 주장에 공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연구기관들은 2009년 말에 2010년의 경제성장률을 4.3 ~ 5.0%로 예측했습니다. 이에 반해 단순예측값은 0.0%입니다. 왜냐하면 2009년의 실제 경제성장률이 0.2%였기 때문이죠. 2010년의 실제 경제성장률은 아마 3월 쯤 가서야 나올 텐데요, 과연 기관과 단순예측 중 무엇이 더 근사하게 맞힐까요?

아무튼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매우 어렵습니다. 어려운 게 아니라 불가능합니다. 전문가들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어쩌다 맞혔다 해도 그것은 운일 뿐이지 능력이 아닙니다(전문가들은 자기 능력이라 믿고 싶겠지만). 예측을 본업으로 하는 전문가들을 믿지 못한다면, 여러분은 미래를 대비하게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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