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간이 간다   

2009. 2. 18.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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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시간이 간다



내 방은 느린 숨으로 번진다

2월의 저물녘, 내 마른 숨소리

혹은 한숨 소리


서울은 눕고 한강은 잠겼겠지

스치고 만났던, 그토록 어렸던 날

착한 웃음들

춥고 앙상했던 몸짓들


기억나는데,

벌판 사이로
바람 한 폭 지날 때

1밀리씩 세월이 쌓인다

좋은 시간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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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그는 사이코패스가 아닐까?   

2009. 2. 17.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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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아들이 다니는 유치원 발표회에 다녀온 적이 있다. 2시간 가량 펼쳐진 아이들의 서툴지만 앙증맞고 귀여운 공연을 보니 자식 키우는 기쁨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에 뿌듯했었다.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면서 아이의 춤추는 모습을 담느라 여념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좋은 기분은 발표회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싹 사라지고 말았는데, 문제는 차 때문이었다. 유치원 주차장이 협소한 관계로 차들을 겹쳐서 주차할 수밖에 없었다. 주차를 안내하는 아저씨들(유치원 버스 기사님들)이 발표회를 보기 위해  밀려드는 차들을 소화하기 위한 조처였다. 어차피 발표회를 보러온 학부모들의 차고, 또 같은 시각에 끝나니까 다른 차 때문에 오고가도 못할 까닭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마음 놓고 발표회를 즐겼다.

발표회가 끝나자 아이들이 구름처럼 몰려 나왔다. "OO야, 엄마 여깄다" "엄마, 어디 있어?" 라고 아이들과 부모들이 상봉의 의식(?)을 치르느라 유치원 현관이 매우 혼잡했다. 나는 그 혼잡 속에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하고 아들의 얼굴을 찾았다. 아들이 공연 전에 먹은 사과 쥬스가 탈이 나는 바람에 막간 시간에 토를 몇번 했다고 유치원 선생님에게 전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데, 내 뒤에서 '빵빵' 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내 뒤에 있는 차에서 나는 경적 소리였다. 왜 그런가 싶어 운전자를 쳐다보는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차 좀 빨리 빼 주세요!" 나는 "잠깐만요. 아직 저희 아이가 나오지 않아서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라고 말하면서도 어이가 없었다. '자기네 아이를 차에 태웠으니 남의 아이야 나오던 말든 상관없다는 건가?' 얼씨구, 그는 나에게 "차를 빼면 요렇게 빼면 되잖아요"라며 충고까지 했다.

사실 그의 말대로 내 차를 옆으로 잠깐 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다른 차가 못 지나가게 막는 꼴이었고(난 그러긴 싫었다), 앞차가 후진등을 켜고 조금씩 뒤로 빼는 중이라서 내차를 빼기가 곤란했다. 그는 그런 상황을 보면서도 일단 자기차가 먼저 나가야겠다는 표정으로 연신 "빨리 빼 주세요" 란다. 아주 냉랭하고 비릿한 눈빛을 하고서 말이다

난 부아가 치밀었다. 가뜩이나 아이가 몸이 안 좋다고 해서 걱정스러운데, 자기 차가 나가야겠다며 앞뒤 안가리고 빵빵 대는 그의 행동이 매우 밉상맞아 보였다. 완전히 남도 아니고 발표회를 보러 온 부모들이니 조금씩 양보하고 느긋하게 배려하면 될텐데 이기심을 그렇게 노골적으로 내보여야 하는지, 원. 그렇다고 어딜 급히 가야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뒷자리에 앉은 모녀가 장난치며 웃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무슨 소리를 하든 말든 나는 그를 무시하고(그가 날 치기라도 할까봐 뒤가 좀 당기긴 했다. ^^) 아이를 기다렸다. 어차피 앞차 때문에 못 나가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나는 얼굴이 핼쓱해진 아들이 현관으로 나오자마자 번쩍 안아서 차에 태우고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그에게 미안해서가 아니라, 빨리 그로부터 벗어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가 내차 때문에 차를 못 뺀 시간은 따져보면 고작 1~2분에 지나지 않았다. '얼마나 빨리 나가겠다고 그런 난리를 피우다니!'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의 철저한 이기심에 화가 났다. "그 사람, 사이코패스 아냐?"  화가 나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옆자리의 아내에게 이렇게 내뱉었다. 사정을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곧 있으면 아이를 데리고 나갈 텐데 그렇게 닦달을 해대다니! 난 정말 화가 많이 났었다.

강호순처럼 엽기적인 살인을 저질러야만 사이코패스는 아니다. 교활하고 정교한 사이코패스들이 더 많으니까 말이다. 아니, 그는 사이코패스는 아닐 것이다. 대신에, 다른 사람의 입장은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목적 달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걸 보니 적어도 그는 '반사회성 인격 장애자'에 가깝지는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참고로, 바버라 오클리의 '나쁜 유전자'라는 책을 보면, 반사회성 인격 장애자들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지닌다고 한다.
  • 합법적 사회규범을 지키지 못함
  • 거짓말을 반복하고 사적인 이익을 위해 남을 속임
  • 장래 계획을 충동적으로 세움
  • 신체적인 싸움이나 공격을 반복함
  • 자신이나 타인의 안전을 도외시함
  • 지속적으로 무책임함
  • 타인에게 해를 입히는 것에 무관심하고 합리화함

그사람이 위의 특징 중 몇개에 해당하는지 세어본다. 그날의 상황을 되짚어보면 두 개 정도가 해당되는 것 같다(바버라 오클리에 의하면, 3개 이상이면 반사회성 인격 장애라고 한다).

솔직히 그를 잘 모르니 단면만을 보고 그를 반사회성 인격 장애자로 간주하는 건 지나친 판단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그순간 만큼은 세상에서 그처럼 이기적인 사람은 없어 보였으니, 그렇지 않아도 각박한 세상이 그런 사람 때문에 살기 힘들어지는 것 같아 지금까지 마음 한편이 씁쓸하다.

그는 사이코패시 혹은 반사회성 인격 장애일까? 아니면, 내가 알지 못하는 사정 때문에 그저 차를 빨리 빼야했을까? 나는 부디 후자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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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참치 볶음밥 피자'   

2009. 2. 1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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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에 내가 솜씨(?)를 발휘해 만들어 본 초간단 요리.
일명 '참치볶음밥 피자'

요리법
1. 피자 도우 대신에 밥을 참치와 볶은 다음
2. 프라이팬에 밥을 꽉꽉 누르며 편다
3. 어느 정도 노릇하게 밥이 익으면 케찹을 한겹 바른다.
4. 그 위에 모짜렐라 치즈를 뿌린 다음, 뚜껑을 덮고 3분간 기다리면...드디어 피자 완성!
5. '밥피자'이니 시원한 김치를 곁들여 먹으면 굿~~!

tip : 밥을 좀 바삭하게 굽는 게 중요! 그렇지 않으면 부서져서....

옥수수가 들어가면 더 맛있었을 텐데... 보긴 그래도 맛은 좋았다! ^^
식구들이 한판을 뚝딱 해치웠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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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첫 책을 출판하다   

2009. 2. 14.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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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에 혼자서 조물락거리더니 책을 하나 뚝딱 만들어 내는군요.
A4용지를 잘라서 스카치 테이프로 제본까지 한, 엄연한 책입니다. ^^
제목은 '인어공주'...

패러디한 듯한데, 내용을 읽어보니 나름 반전(?)이 있네요.
고구마를 캐다가, 없어졌다가, 다시 낫으로 감자를 캐는 인어공주....

1쇄에 겨우 1부를 찍어낸 셈이고 독자도 엄마 아빠 뿐인 '자비출판'이지만,
첫 책이라 축하를 해줘야겠군요.

책 내용을 한번 읽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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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철생인] '학생 증후군'을 떨쳐 버려라   

2009. 2. 13.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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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로 미루기'는 크든 작든 모든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보편적인  약점 가운데 하나다

  - 새뮤얼 존슨 (Samuel Johnson)



[주인장의 덧글]
학교 다닐 때 선생님이나 교수님이 숙제를 내주면서 다음주 월요일까지 해오라고 말하면, '그때까지는 너무 촉박하니까 수요일까지 하면 안 되겠냐?'는 불평을 해 본 경험이 누구나에게 있을 겁니다. 하지만 수요일로 연기해 주더라도 정작 월요일이나 화요일이 돼서야 부랴부랴 과제를 해내느라 부산을 떱니다. 이같은 현상을 '학생 증후군'이라고 말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일상적으로 일을 뒤로 미루는 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성적이 낮다고 합니다. 뒤로 미루는 행동은 전형적인 자기조절 실패를 뜻합니다. 뒤로 미루면 당장은 마음과 몸이 편하지만, 뒤로 갈수록 부담이 커집니다. 또한 중요한 일을 제대로 할 시간이 그만큼 사라집니다. 기회비용이 상당히 크죠.

오늘은 뒤로 미룬 일을 앞으로 당겨서 하나쯤 완료 짓는 하루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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